03 독자 ‘되기’ 모임
2월의 독자 ‘되기’ 모임에서는 그야말로 독자가 ‘되는’ 연습을 합니다. 책과 친해지고 싶거나 화해하고 싶거나 관계를 재설정하고 싶은 분들이 함께해주시길 기다립니다. 일단 책 디깅(digging)부터 시작할 거예요.
첫 모임에서는 책을 둘러싼 고민을 나눕니다. 이에 대해서는 운영자 역시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책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풍기는 뉘앙스와 권위 때문에 우리는 책을 어려워하거나 갈망하지요. 책의 물성에 매혹되어 사들이기도 하고요. 각자 어떤 어려움에 곧잘 봉착하는지 확인하고, 나는 어떤 독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작업을 먼저 해봅시다. 그래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을 탐색할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 모임에서는 각자의 책장을 공유합니다. 최근에 산 책, 오랫동안 방에 놓여 있는 책,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까지 포함해서요. 아직 책을 고르고 사본 경험이 많지 않다면 미리 서점 산책을 다녀오시기를 권합니다. 서점을 둘러보며 눈에 들어온 책들의 목록을 만들어 옵니다. 내 목록과 다른 사람의 목록을 보면서 차이를 발견하고 영업하거나 영업 당해봅니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앞 두 번의 모임을 통해 참여자들이 나눈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지점을 찾아, 그에 맞는 텍스트를 읽어봅니다. 무엇을 읽을지는 미리 함께 정할 거예요. 읽고 온 뒤 운영자가 던지는 질문을 다 같이 가지고 놀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게 되는지 두고 봅시다. 후반으로 갈수록 ‘무엇을 읽을까’에서 ‘어떻게 읽을까’로 나아갑니다.
네 번째 모임에서도 앞서 정한 텍스트를 마저 읽고 어떻게 읽었는지 나누어요. 이날은 다른 사람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어요. 타인의 말에 응답하거나 무언가를 덧붙이면서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합니다. 그러고서 첫 모임 때 이야기했던 고민과 욕구를 다시 꺼내 확인해봅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회고하고 새로운 대답을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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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책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빠른가요? 책을 혼자서만 읽는 편인가요? 읽기에 관하여 강박이나 두려움이 있나요? 예컨대 읽고는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책이 있거나,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 종종 타인의 추천에서 도움을 받나요? 한두 번이라도 끄덕인 당신을 반갑게 환영합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해온 저는 요즘 책을 만드는 일보다 읽는 일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2023년엔 책을 좀 열심히 읽자고 다짐한 참이었는데 삼각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 되기 모임을 진행하면 일단 개인적인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겠어요. 어떤 읽기는 같이 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바로 그런 읽기를 추구합니다.
독자 되기 모임에서는 시와 소설이 ‘아닌’ 글을 4주 동안 읽고, 읽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공유합니다. 함께 읽을 텍스트는 제가 준비해두겠지만 때에 따라 참여자의 의견도 반영합니다. 또한 나는 어떤 독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이에 따라 적절한 읽기 방법과 텍스트 리스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그러면 독자가 된다는 건 어떤 일인지에 대해서도 나름의 대답을 써내려가게 될 것이예요. 올해에는 더 잘 읽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잘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이것도 같이 찾아보도록 해요. 저는 계속 질문을 가져올게요.)
편집자 예인이 진행합니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에세이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왔습니다. 읽으면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며 '연결되고 확장되는 읽기'를 같이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 2월의 매주 토요일(4일, 11일, 18일, 25일), 오후 4시부터 5시 40분까지 100분, 홍대입구역 인근의 PLATFORM P(서울 마포구 신촌로2길 19) 2층에서 진행됩니다. 모임 참여비는 16만 원, 두 개 이상의 모임에 참여하시면 한 모임당 15만 원입니다.